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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 감춘 문제기관 버젓이 업무재개

관리자 2007-05-22 23:29:26 조회수 4,181
[부실 특수검진기관에 휘둘리는 노동부]직업병 감춘 문제기관 버젓이 업무재개
노동부 업무정지 처분 무력화 … 제도개선 대책 실효성 의문

유해물질을 다루는 노동자의 직업병을 감추고 허위로 진단했던 기관들이 잇따라 업무를 재개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기관은 지난해 노동부 감사결과 대부분 무자격 의사의 사용과 직업병유소견자 은폐의혹 등으로 올해 2월말 무더기로 업무정지를 받았다.
하지만 상당수 기관이 업무정지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업무를 재개하고 있어 부실한 직업병 특수검진이 우려되고 있다.
감독기관인 노동부는 법원의 판결이라며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해 노동자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
◆면허취소기관까지 업무재개 =
지난 2월 노동부는 무자격 의사를 사용했거나 허위로 의사 이름만 올려놓은 특수검진기관 3곳에 대해 지정취소했다. 노동자에 대한 특수검진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경북 안동의 한 병원은 최근 노동부의 지정취소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업무를 재개했다.
업무정지 3개월 이상 받은 기관 가운데 상당수도 업무를 재개하고 있다. 지난 4월 대전의 한 특수검진기관은 업무정지 6개월을 받았지만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업무를 재개했다.
이런 식으로 법원의 가처분 신청을 통해 업무를 재개한 곳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비롯해 모두 8곳이다. 이들은 3개월 이상의 업무정지를 받아 5월말까지 노동자 특수검진을 하면 안되지만 법원의 판결로 검진을 할 수 있게 됐다.

◆“법원판결이 노동자 건강담보 못해” = 법원이 잇따라 부실기관에 대해 업무재개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노동계 등에서는 노동자의 건강권이 위협 받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김은기 민주노총 산업안전부장은 “사업주의 눈치를 보는 병원이 법원의 판결로 업무를 재개한 것은 문제”라며 “업무를 재개한 상당수 병원은 투명한 검진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22일 120개 특수건강검진기관에 투명한 검진을 위한 확약서를 요구했지만 42개 병원만 확약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나머지 기관에 대해서 산하노조의 특수검진을 거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노동부의 행정처분이 잘못된 것이라고 반격하고 있다. 업무정지를 당한 기관의 소송대리인 이경환 변호사는 “8건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모두 받아들여 졌다”며 “노동부의 시행령이 재량권을 남용해 위헌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우리는 대책없다” = 감독기관인 노동부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실상 무대책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상당수 기관이 업무정지기간이 끝나지 않았지만 검진을 재개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사법부의 판단인데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기관이 시정계획서를 제출하고 양심선언과 윤리강령을 발표했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다”며 “실제 검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사하는 것은 표적사정으로 의심받을 수 있어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기관의 자발적 개선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는 셈이다.
다만 노동부는 이달 초 ‘건강진단 내실화로 직업병 조기에 발견한다’는 내용의 ‘특수건강진단제도 개편안’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개편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레지던트 4년차 등도 할 수 있었던 노동자 특수검진을 앞으로 산업의학 전문의만 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유해물질의 위험성 설명 △유해물질에 따라 세부적인 검진항목 신설 등을 강제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사업주의 의무를 강화하고 특수검진비용을 제3자가 관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의 규제완화요구에 밀려 실제 제도가 도입될 지는 미지수다.

◆직업병 허위진단, 노동자 속으로 멍든다 = 지난해 노동부 감사결과 대부분의 유해물질 취급 노동자에 대한 특수검진이 엉터리로 드러났다.
유기용제중독으로 ‘직업병 유소견자’ 판정을 내려야하는 대전의 한 병원은 무려 13명에 대해서 ‘정상인’으로 판정했다. 결국 이들 노동자는 특별한 후속조치를 받지 못할 경우 직업병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 2001년이후 각종 유기화학물질 등에 의해 직업병 판정을 받은 노동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특수검진기관이 보고한 ‘직업병 유소견자’는 사망자보다 오히려 숫자가 적었다. 직업병 의심자가 초기에 발견되지 않을 경우 발병과 심하면 사망으로 이르는 것이다.
백만호 윤여운 기자 hopebaik@naeil.com

특수건강검진이란
유해위험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의 직업병을 예방하기 위해 특수검진기관을 지정해 실시하는 건강진단이다.
전국적으로 70만명 가량의 노동자가 매년 특수건강진단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5년 태국여성노동자가 노말헥산이라는 화학물질에 노출돼 이른바 앉은뱅이병에 걸려 사회적으로 파장을 가져오면서 이 제도가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