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건강검진기관, ‘확약서’로 개선될까
관리자
2007-05-28 16: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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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올 2월 120여개 특수건강검진 의료기관 실태조사 발표에서 80%이상 의료기관이 무더기 업무정지와 지정취소를 받는 등 부실진료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자, 최근 민주노총은 이들 기관에 ‘투명 진료’를 약속하는 확약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노총은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서는 특수건강검진 뿐만 아니라 일반 건강검진까지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확약서 미제출에 따른 의료기관과 노동계 간 갈등이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 민주노총, 왜 확약서 받나=민주노총은 지난 달 26부터 이달 11일까지 120개 특수검진 기관을 대상으로 ‘투명검진을 약속’하는 확약서를 요청해, 아주대병원·한양대병원 등 총 45개 특수검진 기관에서 확약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지난 해 진행한 일제점검 결과 특검기관의 부실검진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민주노총이 의료기관에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이 직접 의료기관에 확약서를 받는 데는, 노동부가 의료기관에 내린 행정처분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다수의 특수검진기관들이 무자격자를 고용해 검진할 뿐 아니라 검진결과 또한 사업주에게 유리하게 직업병 유소견자를 일반질병 유소견자로 둔갑시키는 등 비양심적인 경우가 많았다”며 “이렇게 상황이 심각한데도 특수검진기관의 지청취소가 3곳밖에 없었다는 것은 노동부가 솜 방망이식 처분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노동부는 지난해 9~12월 기간 중 전국 120개 특수건강진단기관에 대해 일제점검을 실시한 결과, 부실기관으로 확인된 96개 기관(80%)에 대해 지정취소 및 업무정지 처분을 했다. 그러나 지정취소 3개소, 업무정지 93개소(3월 이상 48개소, 3월 미만 45개소), 시정조치이하 처분은 24개소에 그쳤다.
◇ 행정처분에도 속속 진료재개=그러나 업무정지를 받거나 심지어 지정취소까지 받은 이들 이들 부실검진기관은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진료를 재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후속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수검진 지정취소 처분에 처한 경북 안동의 모 병원은 노동부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해 받아들여져 진료를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정지 3개월 이상을 받은 검진기관 가운데 상당수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현재까지 총 8곳의 검진기관이 진료를 재개하고 있는 상황. 노동부의 행정처분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관에서 버젓이 특수건강검진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원진노동환경연구소 임상혁 소장(민주노총 정책자문위원장)은 “노동자의 건강을 일선에서 지켜야 할 특수검진기관들의 공개적인 반성과 자발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에 이들이 오히려 정부의 감독에 저항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며 자성을 촉구했다.
특히 임 소장은 “특수검진은 노동자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의 일방적 선택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검진기관인 병원과 사업주의 검은 커넥션을 끊기 위해서라도 노동자가 직접 의료기관에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검진기관에 대한 예비조사와 검진계획서를 의무화하는 등 사업장에 필요한 검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 조기홍 국장도 “검진기관 선정 시 노조의 참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부실한 검진기관과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 노동부, 검진기관 압박 높여=이 같은 주장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도 “특수건강검진제도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다”며 “의사의 전문성 강화 및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노동부는 최근 ‘근로자의 특수건강진단제도 개선안‘을 마련, 추후 산업안전보겁법 시행규칙 등 관련규정을 개정,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개선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공의 4년차도 가능했던 노동자 특수검진을 앞으로 산업의학 전문의만 하도록 의사의 기준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유해물질의 위험성 설명 △유해물질에 따라 세부적인 검진항목 신설 등을 강제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사업주의 특수검진 의무를 강화하고 특수검진비용을 제3자가 관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의 규제완화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제도 시행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미지수여서 노동계와 의료기관 간의 신경전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석유선 기자 sukiza@mdtoday.co.kr【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