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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 태아와 아이들을 위협한다

관리자 2007-06-04 22:03:02 조회수 5,140
환경오염 물질이 태아(胎兒)와 어린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 실태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아토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증후군(AD HD)’ 같은 질환을 앓는 어린이가 늘어나는 데 대해 지금까지는 어린이의 혈중 중금속 농도가 외국에 비해 높다거나, 아토피에 걸린 아이의 비율이 어느 정도라든가 하는 식의 연구만 진행돼 왔다.


그런 점에서 3일 이화여대 하은희 교수(의학과)팀이 발표한 ‘임신 중 납 노출과 태아 성장’이라는 제목의 연구결과는 한발 더 나간 내용을 담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서울과 울산, 천안에 사는 임신부(妊娠婦) 280명을 선정해 임신부의 혈중 납 농도를 측정하고, 임신 20~25주 된 태아의 발육 상태를 초음파 사진으로 관찰한 결과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임신부의 납 농도가 높으면 태아에게 영향을 줄 것이란 추정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팀 박혜숙 교수는 “혈중 납 농도가 높을수록 태아의 머리 및 복부 둘레가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신부의 키와 몸무게 같은 특성을 감안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납이 사람의 중추신경계 등을 공격하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태아의 발육을 늦춘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는 국내에선 처음”이라고 박 교수는 전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이들 임신부의 평균 혈중 납 농도가 혈액 1㎗당 1.62㎍(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으로 전국 여성의 혈중 납 농도 평균치(2.31㎍·2005년 환경부 발표)보다 훨씬 낮았는데도 태아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낮은 농도의 납에 노출돼도 태아의 정상적인 성장이 방해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주요 결과”라며 “임신부의 혈중 납 농도가 낮다고 해서 ‘내 아이는 괜찮겠지’ 하고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신 기간 중 실내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에 많이 노출되면 조산(早産·임신 37주 미만에 출산)의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하은희 교수는 “산모 9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실내공기 중 VOC 농도가 높은 집에 사는 산모의 경우 출산시기가 2.11주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들 연구결과는 오는 8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국제환경역학회(ISEE)’에서 발표된다.


아이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납, 수은 같은 중금속에 중독되는지도 밝혀지고 있다. 단국대 권호장 교수(예방의학과)팀이 전국 1000여명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놀이터를 자주 이용하는 등 실외활동을 많이 할수록, 손을 자주 씻지 않을수록 아이들의 혈중 납 농도가 높아졌다. 권 교수는 “페인트가 칠해진 놀이터 놀이기구 등을 만지고 손을 씻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경오염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어린이들이지만, 이들이 어떤 오염물질로 인해, 어떤 건강상의 위협을 받는지 등에 대한 실태조사는 아직까지 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5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납과 어린이 지능지수(IQ) 간 상관관계와, 작년 단국대 하미나 교수팀의 혈중 납과 과잉행동장애(ADHD) 질환 간 연관성 조사 등 소수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 인하대 임종한 교수는 “아이들이 쓰는 크레파스 같은 학용품과 액세서리, 화장용품 세트 등에 납 같은 중금속이 많이 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일상 생활용품에 든 납 농도를 낮추거나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