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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 노동자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관리자 2007-08-07 11:21:02 조회수 4,163
외환위기 이후 스트레스로 각종 질환 앓아


증권업계 노조에서 최초로 건강실태조사 … “직원 건강이 회사 경쟁력”


직장인 60% 이상이 회사 생활을 하며 얻은 만성적 질병을 갖고 있다는 조사가 나오는 등 직장인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지금까지 생산직 노동자에 비해 산업재해와는 무관한 것처럼 여겨졌던 사무직 노동자의 건강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들 건강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이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한두 가지 질환은 누구나 = 사무직 백 모(40)씨는 몸 상태가 예전과 다르다는 걸 자주 느끼고 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목을 이완시켜주는 운동보조기구를 사용하고 있다. 얼마 전 병원에서 목디스크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백씨는 거의 대부분 책상 앞에서 일을 하고 있다. 더구나 그 동안 접대 등으로 마신 술 때문인지 술만 마시면 온 몸에 심한 반점이 나타나는 등 증세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백씨는 문득 ‘이렇게 살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백씨는 주위 동료들에게 이런 말을 꺼냈다가 핀잔만 들어야 했다. 주위 동료들 역시 이런 증상 한두 가지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무스트레스로 과로 자살 등 줄이어 = 전국증권산업노조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8월 10일까지 의미있는 조사를 하고 있다. 증권노조에 소속돼 있는 금융노동자 3000여명를 대상으로 건강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노조가 사무금융직을 대상으로 건강실태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노조가 이처럼 사무금융직의 건강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최근 터진 일련의 사건 때문이다. 지난 4월 ㄷ증권에 다니던 한 직원이 목을 매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바라본 증권인들 사이에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돌았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그 사건 2개월 전에는 또 다른 증권인이 과로사로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전국증권산업노조 박진희 정책국장은 “2000년 이후 노조에서 파악한 업무상 자살이나 과로사가 16건에 이른다”며 “증권 노동자들의 건강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실태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그 동안 산업재해라면 제조업이나 유해물질 취급업체 노동자에만 한정해 바라본 것이 사실”이라며 “심지어 산업안전보건법에 금융노동자 건강은 제외된 항목이 많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직장인 63% 만성 질병 앓고 있어 = 이런 현실은 지난 27일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와 헤드헌팅 전문포털 HR파트너스가 발표한 ‘직장인 건강의식관 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들이 7월 12일부터 23일까지 1031명의 국내외 직장인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63.2%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얻은 만성적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질병은 위궤양, 속 쓰림, 변비, 설사 등의 ‘소화기 장애’로 30.4%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화병 불면 만성피로 등의 스트레스 질환이 29.9%, 두통 14.7%, 근골격계 질환 11.2%, 우울증 7.8% 등 순이었다.

조사 대상자 중 18.3%는 직장 생활을 하며 건강이 나빠져 회사를 그만 둔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에 정한 노동시간 지키는 사무직 없을 것” = 잡코리아 조사에서도 볼 수 있듯 직장인이 앓고 있는 질병은 대부분 스트레스성 질환이다.

원진재단 부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최근 나이가 젊거나 병이 없어도 사무직 노동자 중 과로로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의학과 전문의 임상혁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사무직의 과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법에서 정하는 시간만 노동하는 사무직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겪은 사람들이 직장을 다닐 때 한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또 업무의 강도가 세지고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임 소장은 “한마디로 직장인의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규칙적으로 몸과 마음 이완시켜야” =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은 “앞으로 직원의 건강수준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직원의 육체건강만이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국가 정책, 직장, 개인 3가지 측면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실제 사무직의 현실에서 보면 사치스럽게 들릴지 모른다”고 전제한 뒤 “국가 정책적으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총 노동시간을 강제로라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에서도 규칙적인 휴식을 노사가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음을 이완시켜줄 심리 상담사를 직장에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제시했다.

개인도 직장에서 도움을 받아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회사가 기른 인재가 쓰러진다면 그 개인만이 아니라 회사에게도 큰 손실”이라며 “사무직 건강에 대해 이제 사회와 회사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