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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 치료가 먼저 아닌가'

관리자 2007-08-21 16:47:09 조회수 3,944
산재포착에서 서비스 제공까지 '원스톱 서비스' 필요

건설현장에서 닥트 설치작업을 하는 류아무개씨는 지난해 5월 현장에서 배선작업을 하던 중 산재를 입었다. 병원에서 뇌경색 진단을 받았지만 사측에서 엉터리 서류를 제출하는 바람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를 인정받지 못했다. 공단은 재해자조사도 하지 않았다.

산재노동자협의회에서 항의하자 재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심사청구와 재심사청구에서도 모두 져 류씨는 올 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건설일용노동자인 류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아픈 몸을 이끌고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처지다. 치료는 엄두도 못내고 약만 먹고 있다. 류씨의 소원은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받아보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선 승인, 후 치료' 시스템이다. 일을 하다 다치면 근로복지공단을 찾아가 산재승인을 받은 후에나 보험금이 지급된다. 그 전에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건강보험이나 민간보험, 사비로 치료해야 한다.

이 때문에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에게 산재는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다친 사람은 먼저 치료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당연한 인식이 우리 산재보험에는 아직 도입돼 있지 않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면서도 다친 사람이 신청하면 심사해서 주고 아니면 말고다. 다친 사람이 증거를 모아 소송을 내듯 신청해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급여를 받기 위해서도 청구서를 직접 근로복지공단에 내야하고, 진료카드 하나 받아려 해도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산재보험은 사보험이 아니라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보험이다. 아픈 사람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의사가 근로복지공단에 소견을 밝히고, 그러면 공단이 자체 시스템으로 조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이 최상이다. 산재 포착과 서비스제공까지 한번에 이루어지는 '원스톱 서비스', 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에게는 절실한 제도다. 독일의 산재노동자는 실제 이런 서비스를 받고 있다.

유성규 노무사는 "허리가 아파 누워 있는 사람, 정신이 혼미해져 판단을 못하는 사람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고 서류를 챙기라는 것은 직업병이 직업병이 아닌 것으로 둔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이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