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잘릴까” 걱정하다 인생 먼저 종칠라
관리자
2007-09-19 15: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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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과장인 K(45)씨. 그는 최근 직장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간 뒤 아직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부서 구조조정으로 조기퇴직에 대한 불안감과 직무 스트레스가 심했고, 짜증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하루 두 갑 이상 담배를 피웠으며, 잦은 술자리로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것이 동료들의 얘기다.
직무 스트레스가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심혈관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직장인 돌연사나 과로사의 원인인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 산재의료관리원 자료에 따르면, 2005년 1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업무상 질병 환자 1만7730명 중 심혈관 질환자는 19.4%를 차지했다. 또한 2005년 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 중 55.6%가 뇌·심혈관 질환과 관련 있었다.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은 위장 질환, 당뇨병, 우울증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중 제일 위험하면서도 흔한 질병은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이다.
직장인 스트레스의 심각성은 설문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와 헤드헌팅 전문포털 HR파트너스가 직장인 1103명을 대상으로 직무 스트레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91.1%가 직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중 84.7%는 자신의 직무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으며, 58.1%의 응답자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실적 압박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사회구조적 현실과 늘어나는 업무량이 직장인들의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그에 따른 직무 스트레스도 심각해지고 있는 상태다. 가벼운 직무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심한 경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직장인 죽음으로 내모는 직무 스트레스
직무 스트레스가 심각한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얼마 전 영국 의학잡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무 스트레스는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2.2배까지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를 갖고 있지 않은 직장인 812명을 대상으로 1973년부터 2001년까지의 사망 요인을 추적한 것. 그 결과 과도한 업무량, 부족한 업무지도, 낮은 연봉 등 직무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심혈관 질환이 발병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52개국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국제조사 ‘인터하트 스터디’에 따르면, 사업장에서 자주 스트레스를 받는 노동자는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 노동자보다 급성 심장마비의 위험성이 1.38배 높았고,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그 위험률이 2.14배나 높았다.
스웨덴에서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근로 중 갑자기 시간 제한 압박을 받으면 그 뒤 이어지는 24시간 동안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6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의 조사에서는 특정 사업장에서 대규모 구조조정(18% 이상 인력 감축)이 있었을 경우, 이어지는 7년 반 동안 노동자가 심장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은 사업장보다 2배 높았다.
직무 스트레스의 원인을 따져보라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소(NIOSH)에 따르면, 직무 스트레스란 직무가 요구하는 것이 근로자의 능력이나 자원을 넘어서서 맞지 않을 때 발생하는 신체적·감정적 반응을 의미한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혈전 생성을 억제해 피를 맑게 해준다.
직무 스트레스의 원인은 다양하다. 작업공정에 변화가 있다든지, 대인관계에 불화가 생겼다든지, 조직과 목표가 다른 경우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승진에서 탈락하거나 조직에서 자신의 위치가 불분명하거나 일만 시키고 필요한 자원이나 권한을 주지 않으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일이 지나치게 많거나 재량권이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얼마 전 한 온라인 취업 포털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스트레스 요인(복수응답) 1위는 ‘상사·부하직원과의 관계’가 39.1%로 가장 높았으며, ‘자기계발’(38.2%) ‘업무성과’(34.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스트레스와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은?
잠시 동안이나 빈도가 높지 않은 스트레스는 그리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우리 몸의 생물학적 체계가 파괴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몸의 회복 능력과 몸을 지키는 능력이 손상돼 질병 위험도가 높아지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방어하기 위해 반응한다. 뇌에서 방어 경고(alarm)를 작동시켜 신경계가 각성되고, 호르몬이 분비돼 감각이 예민해지며, 맥박이 빨라지면서 호흡도 깊어져 근육이 긴장된다. 이는 위험 상황에서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전략으로 매우 중요한 반응이다.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누구든 이렇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거나 자주 일어나면 심혈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카테콜아민 등의 호르몬이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하면서 혈관 내 액체성분이 빠져나가 혈장량이 감소한다. 지질 같은 혈액 내 구성물이 상대적으로 농축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혈관이 손상을 입어 동맥경화, 뇌경색, 심근경색, 뇌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돌연사하기도 한다.
또한 스트레스는 만성적으로 부교감신경계를 억제하고 심박동수 변이를 감소시켜 허혈성 심장 질환, 급성 심장사, 심근경색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스트레스는 심장 박동수를 상승시킬 뿐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켜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을 높인다. 스트레스가 과다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우리 몸의 기능을 방해하거나 콜레스테롤 생산을 증가시키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과도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이 일에 밀려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을 갖게 되는 것도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심혈관 질환 발병률은 운동량이 적은 사무직 근로자에게 특히 높다.
직장인의 약 40% 술로 스트레스 해소
우리나라 직장인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까. 얼마 전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해소법 중 음주가 37.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루 한 잔의 와인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심장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술로 스트레스를 풀면 오히려 심혈관 질환이 발병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장기간의 과음은 심근경색, 고혈압, 부정맥, 뇌졸중 등을 유발한다. 특히 연달아 과음을 하게 되면 혈중 중성지방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고혈압이나 뇌동맥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과도한 농도의 알코올 섭취는 동맥을 심하게 확장시켜 동맥에 손상을 입히는 동시에 뇌동맥 경화증을 유발하므로 그만큼 뇌출혈이나 뇌경색증에 걸릴 위험성이 커진다.
심혈관 질환은 사전에 발병 가능성을 인지하는 것이 쉽지 않아 사무직 근로자에게 특히 위험하다. 진행 속도도 느리고, 발병 자체가 치명적일 뿐 아니라 생존자에게도 심각한 신체적·정신적·정서적 후유증을 남긴다. 일단 발병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사망률이 높고, 뇌졸중의 경우 낫는다고 해도 장애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된다. 따라서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한 습관을 갖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운동, 취미생활 등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의들은 “고혈압, 당뇨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를 가진 40, 50대 직장인들은 저용량 아스피린을 매일 한 알씩 복용하는 것도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