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작업환경측정제도, 쓰러지는 근로자들
관리자
2007-12-17 17:46:40
조회수 3,780
최근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돌연사를 비롯한 집단 돌연사에 이어 서울메트로 승무원 사망사고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노동자들의 근무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촉발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노동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작업환경측정제도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규제개혁'을 앞세워 노동부 등 정부 부처들이 위험물질을 다루는 특정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장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 한국타이어 문제등 사회문제로 떠올라
한국타이어 사태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554건에 대해 경영진에 대해 검찰 송환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지난 9일 지하철 기관사의 사망사고가 장시간·장거리 근무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바깥으로 용변을 보다가 떨어져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하철 1인 승무 등 기관사의 근무여건 개선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한 대학병원이 지하철 기관사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문제를 조사한 결과 일반인에 비해 7배 많은 공황장애와 2배 많은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4배가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노동부가 이번주에 공개한 작업환경측정제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사업장 및 근로자의 89.6%가 '작업환경측정횟수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해 근로자들 스스로 작업환경에 대한 개선요구가 높은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에서 실시하는 작업환경제도가 근로자가 5인 이상으로 위험물을 취급하거나 문제가 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대부분의 근로자들의 건강이 방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작업환경측정 방치로 대부분 '사각지대'
작업환경측정제도는 대상사업체가 일부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정부의 작업환경 관리는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 유해인자를 취급하는 작업장의 유해인자 노출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시료를 채취, 결과를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시설개선 등을 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으며 5인 이하 사업장이나 위험물질을 다루고 있지 않은 사업장은 제외된다. 제외된 사업장은 사고가 발생하거나 고소·고발이 이뤄져야 현장점검이 이뤄진다.
이에 여의도성모병원 산업의학과 김형렬 교수는 "작업환경을 협소하게 바라보는 것이 문제"라며 "작업환경측정시 물리적 인자나 화학적 인자에 국한해서 보지 말고 넓게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 범위 뿐 아니라 실제 작업 환경에 대한 점검도 소흘한 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작업환경측정은 전국의 약 140여개 민영 작업환경기관에 소속된 산업위생기사를 통해 위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작업환경측정제도에 의한 현장점검이 회사측에서 업체를 결정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현장점검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국타이어의 경우도 작업환경 측정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조사 당시에도 회사관리자가 따라붙는 상황에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이 개선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대상위험물질이 13종 늘어나고, 측정기관의 인력기준을 강화하는 등에 불과한 수준이다.
◇ '규제개혁=노동환경 방치'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규제개혁위원회에 의한 규제완화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사업장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기 위한 제도가 근로자들에 대한 관리를 완화시켜 사각지대로 몰아 넣아넣었다는 지적이다.
민노총 관계자는 "매년 2500여명이 산업재해를 당하고, 하루에 약 100명이 장애인이 되고 있는데 정작 감시를 해야 할 정부의 감독관은 300여명에 불과하다"며 "규개위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학계 사람들만 있어 노동자 건강권이 폐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수는 사업주 스스로 평가하는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예방차원에서 검사를 받으면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사업주가 스스로 평가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
이와 함께 방치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 노동부의 적극적인 관리도 요구되고 있다.
김형렬 교수는 "백화점 판매자나 서비스 산업 등 사각지대에 방치된 근로자가 적지 않으며 특히 건설분야가 심각하다"며 특수 직종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