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 서울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 인터뷰
관리자
2008-01-24 12: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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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연대의식이 아직 미흡하다.미래가 불안하니까 주위에 있는 사람만 챙기는 것 같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산업의학)는 나직한 목소리로 한국타이어 노조가 동료 사망 사건에 등을 돌리고 있는 현실을 평가했다.
지난 1월8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중간 발표에서 “돌연사와 작업 환경과의 직접적 관련성을 찾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이를 두고 자문의사단은 “역학조사가 부실하다.이명박 당선인의 사돈 기업이라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한국타이어에서는 지난 2006년 5월부터 1년6개월 동안 1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노동부는 지난해 10월에서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뢰해 역학조사를 시작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유족대책위 자문의사단’의 일원인 백교수를 지난 1월16일 늦은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연구실에서 만났다.그의 책상 위에는 한국타이어 문제와 관련한 두꺼운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그는 지난 2006년과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환경과 건강을 위한 과학자(ECEH Scientist)’에 이름을 올린 권위자이다.
자문의사단은 몇 명이나 되는가?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한국타이어 노조가 별로 활발하지 않아서 유가족들이 민노당 대전지부에 도와달라고 했다.전문가로서의 견해가 필요하다고 해서 몇 분이 의견을 주기 시작했는데 나까지 포함해서 다섯 명이 참가하고 있다.
이번 역학조사가 짧은 기간(4개월)에 이루어졌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한국타이어 정도의 규모라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지금 현재 제기되는 심혈관계 사망의 경우는 비교적 단기간에 검토하면 되지만 암 같은 경우는 현재 상황을 보고 과거를 추정하면서 장기간에 걸친 변화를 같이 보아야 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보고서에 ‘작업 환경적 측면에서 근로자들을 집단 발병에 이르게 한 요인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는 단정이 들어 있는가?
보고서 내에서는 한국타이어 집단의 자료와 일반 다른 자료와 비교해서 심혈관계 사망, 일부 암 사망이 높다고 이야기했다(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심장질환 사망률은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5.6배, 협심증 유발은 2.6배 높다). 하지만 그것의 원인이 무엇이고 왜 2006년에 높아졌는지 딱히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역학조사에서 절차나 방법에 문제가 있었는가?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공단이 주도적으로 수행했다.그 과정에서 결과에 대한 비교나 자문, 조사의 디자인에서 다른 외부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개방된 형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과정이 완전 닫혀 있었다는 말인가?
논의를 열어놓고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것들을 우선 봐야할지에 대한 과정 자체가 처음에 이루어지지 않았다.중간에 그런 문제 제기를 받고 들여다보고 하지만 첫 조사가 그렇게 안 되면 나중에 데이터를 보고 분석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결국 조사라는 것은 처음의 생각을 확인하는 작업이니까.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이후 작업장이 청소된 부분이나 원래 솔벤트와 다른 유기용제를 배치한 부분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된 것인가?
항상 이후에 들어갈 때는 바뀌기 마련이다.이전하고 같을 수는 없다.예를 들어서 작업 환경 측정을 할 때 당시의 생산량이나 전력 소모, 온도 등이 변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감안하고 처음의 작업 환경을 추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한국타이어의 경우도 조사연구원 자신이 잘 알 것 같다.측정 자료 자체가 그런 변화된 조건을 감안해서 해석해야 한다고.
이번 결과는 노동 강도나 스트레스 등은 제외하고 물리화학적인 조사만 했다고 밝혔는데 거기에 대해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라고 해석하는 것 같다.적어도 물리화학적인 부분은 해소된 것이라고 봐야 하는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 데이터를 보면 재미있다.한국타이어에서 근무했던 분들은 현직 5천명, 퇴직 2천명이다.합치면 대략 7천명 정도가 된다.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로 설명하면 회사를 다니면서도 당할 수 있고 퇴직한 이후에도 당할 수 있다.그런데 이 회사에서는 전부 다 근무 중에 자동차 사고를 당하고 사망해서 퇴직당한 꼴이다.심혈관 질환의 문제를 보면 대부분 근무 중 사망한다.퇴직한 이후에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망이 대부분 작업할 때 발생한 것이라고 보면 되나?
그렇다.다 심혈관에 문제가 있어서 근무 중에 심장마비, 심근경색으로 사망해서 퇴직한 것이다.또 퇴직자들의 경우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현직자들보다 높다.그런데 퇴직한 이후에는 사망하지 않는다.비율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사망하지 않는다는 말은 퇴직을 하게 되면 뭔가 다른 조건에 놓여 위험이 낮아진다는 말이다.또 암의 경우 암이 발생하면서 퇴직한다.그리고 퇴직한 이후에 사망을 한다.이 회사를 보면 ‘뭔가 있다’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과거부터 광범위하게 조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사망한 숫자가 적으니까 한두 명 가지고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 한다.비록 2006년도에 확 올랐지만 이런 현실은 1990년대부터 쭉 있어 왔던 패턴이다.문제의 발생 시점을 언제로 잡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노동 현장에서도 사망했지만 연구원 사망도 있었다.
두 명의 젊은 연구원인데, 사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연구원은 일반적으로 타이어 형태 등을 디자인하거나 하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현장과 멀다고 생각했는데. 한국타이어 내에서 ‘~카더라’ 통신이 떠돌기도 했다.사측에서 점심 시간에 공장을 멈추기 싫으니까 연구원을 동원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웃음).
향후 조사는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나?
우선 기본적인 데이터는 모인 것 같다.사실 4개월은 짧다.일반 국민하고 비교하는 작업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현재 작업은 조 분류에 따른 조사이지 표준화된 작업은 아니다.표준화 작업을 다한다면 차이나 문제점은 정리가 될 것 같다.
그리고 2006년의 최근 자료를 가지고 했는데 좀 장기적으로 보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연구원 등 현장 외의 사람들이 포함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따져봐야 한다.조직 전체 문화, 조직 전체 노동 강도가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이런 것은 양적인 조사가 아니라 질적인 조사로 들여다봐야 한다.양적인 조사만 해서는 문제점이 제한적으로 파악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타이어 업종의 문제인가, 한국타이어만의 문제인가? 금호타이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금호는 노조가 굉장히 활동적이다.암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회사에 발암물질 사용 여부를 검토하자고 요구했고 현재 실행하고 있다.원래 타이어 업종은 예전부터 화학물질 때문에 암 문제가 발생했던 제조업이다.한국타이어의 경우 암 외에 심혈관 질환이 왜 나왔는지 봐야 한다.그것은 다른 타이어 업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우선은 한국타이어의 문제라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