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서류더미에 묻힌 기업 안전업무
관리자
2008-02-01 16: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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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 산업안전 관련 규제 비용 용역조사…기업 부담 年 814억원
《#1. 대기업 A사는 최근 화학공장을 증설하면서 두께 3인치짜리 바인더 10개 분량의 서류를 들고 산업안전공단과 가스안전공사, 소방검정공사, 에너지관리공단 등 4개 기관을 뛰어다녀야 했다. 이 회사 안전관리담당자는 “내용이 거의 중복되는 보고서인데도 4개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며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의 행정 부담을 덜어 주는 원스톱 서비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2. B정유사는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매년 공장 내 석유 탱크를 자체 검사한 점검표를 관할 소방서 등에 제출한다. 점검표에는 20∼100개의 항목이 있으며 일일이 점검 결과를 기재해야 한다. 탱크만 100개 안팎이 되는데, 하나라도 누락되면 ‘허위 기재’로 간주된다. 회사 관계자는 “손으로 하다 보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자칫 실수도 할 수 있다”며 “인터넷 시스템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 안전과 관련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행정 부담을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814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규제 내용과는 별도로 규제에 따른 각종 행정절차를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100개 항목 일일이 손으로 기재
30일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조정관실이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에 발주한 ‘기업의 행정 부담 비용 시범 측정’ 용역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각종 의무를 이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675억 원, 위험물안전관리법은 연간 139억 원으로 집계됐다.
행정 부담은 규제 내용에 따라 보고, 허가 신청, 신고 등 각종 정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투입되는 직원들의 인건비와 기회 비용을 돈으로 환산한 비용.
법률 규제에 따른 비용을 산정한 것은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으로 국무조정실은 건설, 정유, 화학업체 등 산업 현장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위험물안전관리법’을 시범 선정해 용역을 발주했다.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이미 규제 비용을 국내총생산(GDP)의 2∼3%로 산출해 점진적으로 규제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 “인터넷 시스템 확대해야”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해 661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의 32.5%는 ‘직접 자료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인력 소모가 크다’고 답했다. 이어 △업무와 무관한 정보 의무가 있다(22.8%) △다른 법령과 요구사항이 중복된다(19.7%) △용어가 어렵다(18.9%) 등이 기업의 애로사항으로 거론됐다.
기업들은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인터넷 시스템 확대(34.2%) △인터넷 포털사이트 활용(27.8%) △보고 횟수 축소(26.8%) △유사 의무 통합(23.3%) △쉬운 용어로 수정(17.9%) 등을 꼽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관청이 ‘갑’이라면 기업은 ‘을’인 상황에서 지나친 기업의 행정적인 부담은 또 하나의 ‘전봇대’가 될 수 있다”며 “안전 관련 내용은 엄격히 지키도록 하되 절차에 따른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여 기업 의욕을 고취시키고 산업 현장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