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한국타이어, 사망 노동자 더 있다
관리자
2008-02-12 16: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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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제조과정에서 사용되는 1급발암 독극물인 톨루엔, 벤젠, 자이렌, 다이옥신, 페놀, 스테아린산, 아연화, 유황, 망간, 크롬, 니켈, 수은, 석면, 오일 등에 대한 초보적 조사도 없었다.”
노동자 15명의 잇단 돌연사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타이어 완성공정에 사용되는 수십 종류의 발암물질로 인해 상당수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정부의 역학조사에서 이들이 제외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책위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전면 재실시해야”
한국타이어 해고자 및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12일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1급 발암물질 사용 피해 실상을 전하며 정부 차원의 보상대책기구 구성 및 역학조사 전면 재실시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한국타이어 집단재해사건은 1급 발암물질인 독극물과 유해용제 사용에 의한 집단 사망 및 중대재해”라며 “원인규명을 위한 역학조사를 전면 재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타이어 제조과정에서 사용되는 1급발암 독극물만 해도 톨루엔, 벤젠, 자이렌, 다이옥신, 페놀, 스테아린산, 아연화, 유황, 망간, 크롬, 니켈, 수은, 석면, 오일 등 수십여가지에 이른다”며 “이번 역학조사에서는 이에 대한 초보적인 조사도 없었다”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대책위는 “제조공정에서 이 독극물로 인해 유독가스와 분진이 발생하고 현장 노동자들은 수십년째 무방비로 노출돼있다”며 “유기용제 잠복기가 10~15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피해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강조했다.
대책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망자만 10여명 넘어”
대책위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역학조사에서 제외된 대전공장의 집단 발병 및 사망 사례를 추가로 발표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대전공장 품질관리팀 김 모씨는 사망 직전 유기용제 중독이 의심되는 물사마귀가 온 몸에 돋아나고 유해물질로 인한 뇌 손상이 심각해 이를 비관하다 최근 아내와 두 아이를 남겨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책위는 이밖에도 확인된 사망 노동자만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가류과 권 모씨를 비롯해 10여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공정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집단 발병 사례도 있었다. 대책위는 유황과 화학약품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몰드 공정에 근무한 직원 80여명이 유기용제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두 명의 노동자가 지난 집단 돌연사망자에 포함됐고 구모씨는 현재 회사를 다니며 암투병 중이며 박모씨는 파킨슨병으로 인해 뇌병변 3급 판정을 받았다. 지난 해 명예퇴직한 송모씨는 버거스병으로 투병 중이다.
대책위 “근속노동자 상당수 유기용제 중독”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18 년 동안 일하다 유지용제 중독으로 쓰러져 10년째 치료받고 있는 유종원씨는 “10년 동안 병원을 전전하며 유지용제 중독, 신체화 장애, 우울증, 말초신경염, 뇌경색 의증, 발기부전 등의 병을 얻었지만 2년 전 산재요양급여마저 정지됐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유씨는 “한국타이어에 근무하는 4천5백여명의 노동자 중 3천여명이 사내 병원을 들락거리고 있다”며 “나 역시 병원에 일주일에 세 번씩 가야 견뎌냈고 결국 그 아픔으로 인해 회사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해고노동자 박응용씨는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은 대부분 근속연수가 25년 이상이고 최소 근속연수가 12년이 넘는다”며 “이들 대부분이 잠복기간이 긴 유기용제에 중독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현장에서는 중증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사측은 이들을 징계위 회부, 권고휴직을 통해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노동부가 나서서 현장노동자, 퇴직자를 포함해 은폐된 산재 피해를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씨는 또 “타이어 제조과정에서 들어가는 유해성분은 노동자는 물론이고 소비자들과 일반 시민들에게도 장기적으로 피해를 일으킨다”며 “정부차원에서 생산공정 전반을 조사해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최종 결과 20일 발표
한편 대책위는 1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정부차원의 대책기구 설치 ▲역학조사 전면 재실시 ▲한국타이어의 노동자 탄압 행위에 대한 재심 ▲부당노동행위 근절 대책 수립 ▲해고노동자 전원복직 등의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했다.
대책위는 또 오는 20일로 예정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최종 역학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13일부터 대전지방노동청 앞에서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 집단 돌연사의 역학조사를 진행해 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두 차례의 역학조사 결과 설명회가 노동계의 반발 당초 1월 30일로 예정된 발표 시기를 이달 20일로 연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