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건강해야
관리자
2008-04-03 10: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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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C, 전직원에 매일 야채·과일 ‘건강간식’ 제공
일대일 건강 관리 간호사에 헬스·기수련 전문강사도
지난 27일 오후 3시30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에스케이씨앤씨(SKc&c) 본사. “해피타임 야채 건강 간식 할 시간입니다”란 방송이 나오자 직원들이 지하 1층 구내식당으로 향한다. 이 날 간식 메뉴는 삶은 고구마와 옥수수 수염차. 테이블마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께 고구마를 먹으며 ‘수다’를 떤다. 에이치알(HR)지원팀 강은영씨는 “스트레스 해소 시간을 갖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에스케이 계열의 시스템통합(SI)업체인 에스케이씨앤씨가 임직원들의 건강을 챙겨주는 ‘홈퍼니(Hompany)’ 경영으로 일터에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홈퍼니란 ‘집(Home)’과 ‘회사(Company)’를 뜻하는 영문 단어를 합쳐 만든 말로, ‘가족친화경영’ 철학을 담고 있다. 이 업체는 홈퍼니 경영철학에 따라 임직원의 참살이와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건 일단 만들거나 도입하고 본다. 건강 간식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이 업체는 매달 한번씩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데, 지난해 12월에는 조비룡 서울대병원 교수가 초청돼 ‘직장인의 건강관리’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조 교수가 당시 “성인들은 매일 야채나 과일을 1400g씩 섭취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1000g을 밑돈다. 부족한 부분만 채워줘도 피로와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자, 즉석에서 윤석경 사장이 “입찰 제안서를 쓰고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많이 하는 업무 특성상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심할텐데 싱싱한 야채와 과일를 먹여 풀어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건강 간식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건강 간식은 지난 11일 시작됐다. 매일 오후 3시30분~4시30분에 임직원들에게 신선한 야채와 과일이 간식으로 제공된다. 구내식당에 간식을 차린 뒤 사내방송으로 알린다. 윤 사장도 가끔 참여한다. 메뉴는 오이, 당근, 브로콜리, 바나나, 딸기, 멜론, 군고구마, 찐감자, 단호박찜, 생과일 요거트, 대추차, 생강차, 미숫가루, 옥수수 수염차 등을 번갈아가며 한두가지씩 내놓는다. 무제한 공짜다. 임직원 수가 3천명에 가깝다 보니 간식 재료 구입에 드는 비용도 만만찮다. 하지만 간식은 늘 싱싱한 국산 야채와 과일로 준비된다.
임직원들의 반응은 좋다. 아이티기획·운영팀 이행현씨는 “떡볶이나 순대, 커피로 오후 허기를 달래곤 했는데, 요즘은 매일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먹으니 피로와 스트레스가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치알지원팀 최은실 과장은 “라면이나 과자 대신 야채를 먹으니까 피부도 좋아지고 다이어트도 된다”고 좋아했다.
에스케이씨앤씨의 임직원 건강 챙기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업체 의무실에서 일하는 이미선 간호사는 임직원들에게 ‘갈구미’로 통한다. 그가 하는 일은 임직원들에게 ‘찾아가는 의무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임직원들의 건강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몸에 나쁜 버릇을 고치거나 지속적인 검진을 통해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다. 건강검진 결과 혈압이나 간 수치 등이 안좋게 나온 경우, 이 간호사의 ‘일대일 맞춤형 건강관리’ 대상에 올라 정상이 될 때까지 ‘갈굼’을 당한다.
실제로 이 간호사는 요즘 사장의 ‘밀명’을 받아 흡연자를 색출해 금연자로 ‘전향’시키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흡연자에게 ‘금연 서약서’을 작성하게 한 뒤 2개의 액자에 담아 사무실 책상 위와 집 거실에 걸어두고 실천하게 한다. 금연 서약서를 쓴 직원이 몰래 담배를 피다 이 간호사에게 걸리면 말 그대로 ‘죽음’이다. 의무실로 호출해 ‘얼차려’받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 통보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이 업체는 동시에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헬스클럽도 갖추고 있다. 기 수련실과 안마실, 남·여 수면실 등도 운영하고 있다. 헬스클럽과 기 수련실 등에는 전문 강사까지 배치돼 있다. 구내식당 식단에는 ‘건강식단’도 들어있다. 혈압이 높은 직원, 당뇨가 있는 직원, 간이 안좋은 직원 등을 위한 메뉴가 따로 만들어져 있다. 기업문화실 이준호 차장은 “사업 특성상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은 인력”이라며 “직원이 건강하고, 가족들이 행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틀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