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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사망·질병, 역학조사는 '헛발질'

관리자 2008-04-22 09:08:47 조회수 3,929
역학조사, 신뢰성 낮고 핵심 쟁점은 공개도 안해

메디컬투데이 정혜원 기자] 화학 약품에 노출된 근로자의 건강은 작업 환경과 사업장 유기용제 관리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한국타이어에 이어 삼성반도체 공장까지 근로자 집단 발병 및 사망사건이 일어나자 근로환경 역학조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역학조사 '불균형', 공개요구에도 'NO'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7명의 근로자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유해환경에 노출된 공장 근로자의 건강에 대해 사업주는 물론 국가적 책임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타이어 근로자 사망사건은 물론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어난 근로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노동부 산하 역학조사는 신뢰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타이어 노조민주화 투쟁 계승사업회 노주호 대표는 “한국타이어 근로자 사망사건과 관련 세차례에 걸친 역학조사에도 불구하고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유기용제 중독’에 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가 지정의 역학조사가 객관성이 없다며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사망한 근로자에 한해 역학조사를 실시할 것이 아니라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역학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산업안전관리공단 관계자는 “역학조사에 대한 객관성을 어느 누가 평가할 수 있겠냐”며 노동부나 근로복지공단 등에서 역학조사 의뢰가 들어오면 역학조사팀과 외부 전문가들을 위촉해 작업환경측정은 물론 발병 근로자 가족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작 근로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기용제 및 화학약품에 대한 관리·검사 작업에 대한 조사를 해 놓고도 그 결과를 일반에 공개하지는 않는 것은 계속되는 논란과 역학조사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을 뿐이다.

◇ 유해요인 개선 떠넘기는 노동부

전문가들은 역학조사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되고 조사 전과정이 모두 공개돼야 하는 것은 언제나 유해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모든 근로자의 생존권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한다.

이에 노동부 관계자는 역학조사는 기본적으로 “질병 또는 직업병이 작업장의 유해요인과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일 뿐”이라며 역학조사에 대한 객관성을 토대로 유해요인을 개선하거나 시정하는 것은 관할 부차적인 일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문제는 노동부나 산업안전관리공단의 역학조사가 제2의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감독은 물론 개선되고 있는지 여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관계자는 삼성반도체 공장 근로자의 백혈병 발병으로 인한 사망사건의 경우에도 노동부는 수차례 반복된 역학조사 요구를 묵살하다 여론에 떠밀려 실시하고 있다며 “노동부에서 삼성반도체 공장에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며 씁쓸해했다.

이 관계자는 “역학조사 자체를 불신하지는 않지만 과정이나 절차에서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 있다”며 대개 역학조사를 통해 유해환경 측정 및 근로자 건강검진 등을 하게 되면 사전에 측정기관과 현장 노동자의 협의가 충분히 이뤄진 상태에서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같은 조사 절차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를 대상화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유해 환경에 대한 사전 고지는 물론 근로자의 건강을 침해하는 유해요인을 적발하는 즉시 이를 근로자에게 통보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 “역학조사 결과는 공개해야”

반도체공장의 근로자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사건 및 한국타이어 근로자 사망사건과 관련 전문가들은 근로자를 보호해야 하는 노동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애매하고 불확실한 작업환경과 질병에 관해 원인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역학조사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유해 환경에 노출된 근로자를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역학조사를 상시 실시해 이를 근로자와 사업주 측에 공개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

이와 관련 노동부 관계자는 “역학조사라는 것은 개선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는 말로 뚜렷한 개선의지나 처벌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정부 당국의 이같은 역학조사가 근로자를 위한 진정한 사업으로 거듭나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