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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사각지대 외국인노동자들

관리자 2008-07-18 09:12:51 조회수 3,933
국내에 3개월 이상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 숫자가 지난 해 8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의 2%를 넘는 수치다. 앞으로 조만간 외국인 체류자 500만 명, 천만 명 시대가 펼쳐질 것이 예상된다.

(사)지구촌사랑나눔(대표 김해성 목사)은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4주년을 맞아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의료 현실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사실상 제도권 내에서 감당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의료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호소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사고의 빈도가 높은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부위의 골절 및 절단 등의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유해한 작업장에선 아무런 보호장구 없이 무리하게 작업 해 소음성 난청, 규폐증, 진폐증, 유기화학용제에 의한 중독, 기흉 등의 직업병이 발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의료복지는 불법체류자라서, 혹은 의료보험이 없어서라는 등의 이유로 열악한 상황이다. 물론 합법체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의료보헙에 가입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전체 외국인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이 불법체류자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부분 의료복지에서 외면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의료보험 가입의 기본 자격은 비자의 종류를 떠나 체류자격이 합법이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가 이들을 이렇게 단호하게 외면할 수 없는 것은 이미 국내 3D 업종 등의 산업현장에서 땀 흘리며 기초산업의 일꾼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의료보험 자격 자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불법체류자들에게도 병원 문턱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지만은 않다. 본인 부담금 지불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의료보험 가입자들의 본인부담금 20%보다 몇 배 높은 부담은, 저소득층인 이들이 병원에 결코 다가설 수 없는 장벽이 되고 있다.

때문에 건설현장에서 발에 못이 찔린 것조차 제때 치료받지 못해 파상풍 패혈증으로 사망하거나 급성맹장, 복막염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진료를 하더라도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오진으로 이어지고 큰 의료사고까지 야기될 수 있어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통역서비스도 시급하다.

국민건강보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국인들에 비해 근로시간이 월등히 많고 출입에 제한이 많아 시급히 병원을 찾아야 할 때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큰 수술이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 비급여(보험처리되지 않는 진료비) 부분이 커 20% 본인부담금이란 상징적 의미에 불과하다. 국민건강보험 조차도 가입방법조차 모르고 재정을 아끼기 위해 사업주가 이를 회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같은 어려움에 처한 근로자들을 위해 NGO 및 뜻있는 몇몇 의사들, 종교단체 등에서 주말 무료진료소를 개소하거나 의료공제회를 조직해 근로자들의 의료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근로자의 수가 1백만이 넘는 상황에서 1차 의료기관 수준에도 못 미치는 진료소로는 진료 범위, 인력, 예산, 응급상황, 진료의 지속가능여부 등 모든 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시설과 도구만 갖춰져 있다면 간단하게 시술해 완치할 수 있는 증상들도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무료진료소의 치명적 한계다. 보건소 역시 일회성에 그치고 사후관리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며 대형병원이라 할지라도 고액의 치료비와 장기입원을 요할 경우 치료비 지불 여부를 파악해 선택적 치료를 하거나 그마저 없는 경우에는 응급상황만 처리한 뒤 강제 퇴원 시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근로자들에게는 삶의 희망마저도 접어야 하는 절박한 현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민간단체들 중에서는 의료보헙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의료공제회를 조직해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매월 회비를 내야하고 공제회와 연계된 일부 병원의 일부 진료과목에 대해서만 혜택이 가능하기에 이 역시 큰 수술에 대해선 지원이나 혜택이 어렵다.

이러한 현실은 국내적으로 여러 부작용을 야기하는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상처를 안고 본국으로 되돌아갈 경우 국가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인적으론 희망을, 각종 업체들에겐 소중한 인력으로 산업의 든든한 기초를 주고 끝까지 사랑으로 품어 자국민들에게 고마운 나라로 대한민국을 알리는 민간외교관이 될 수 있도록 할 책임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제도정비 및 재정지원 시급

이를 위해 지구촌사랑나눔은 정책적으로 검토해야 할 상황을 몇 가지 제시했다.

먼저는 최소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때만이라도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관대한 처분해 줄 것과 무료진료소에 대한 시설 등의 지원, 제약회사들이 근로자들을 위한 의료시설에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기업들의 기본적 세제 혜택 항목에 무료진료소 등에 의약품 기부 항목을 신설하는 방법이 있다. 위 조건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선 보건복지부 등 각 기관과 사전 협의 및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구촌사랑나눔은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의료보험 취득, 상실에 대한 유권해석 기준을 내국인과 비교해 탄력적으로 적용하여 수혜 대상의 범위, 비급여에 대한 수혜범위를 넓힐 것 ▲ 일부 병원이 돈벌이 수단으로 사업을 악용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할 것 ▲외국인 근로자들이 근로확인증 발급을 원할 때는 해당 업체에서 의무적으로 발급할 수 있도록 지도 관리할 것을 제시했다. 현재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경우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근로확인증 발급을 꺼리거나 심지어 근로자를 불법체류자로 신고하겠다는 협박도 빈번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는 보건복지 콜 센터 129 지원 역시 한국인에게 국한되어 있어 확대가 필요하며 2006년부터 실시된 응급의료미수금 대불제도도 외래진료조차 어려운 외국인노동자들의 외래진료시 적용 검토가 필요하다. 퇴원 환자의 경우 재활을 위한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쉼터 환경개선에 대한 지원 확대도 요청된다.

지구촌사랑나눔은 특히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같이 1, 2, 3차 의료기관 개념을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시행에는 외국인노동자 등 소외계층 의료서비스 지원 사업에서 기본적으로 외래에 대한 지원이 없다. 이에 1차 의료기관을 별도 인증하여 잠정 대상자들을 1차로 외래진료를 받게 하고 수술 등의 여부를 판단해 2, 3차 인증 의료기관으로 보내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1차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받는 이들에 대해선 특별히 지정한 진료, 이를테면 임상병리검사, X-RAY, 초음파와 같은 부분에 한해서는 지원을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를 줄이고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 본인 및 자녀에 대한 입원 및 수술의 경우 5백만원 이내 일반질병은 전액을 지원하고 5백만원 초과 중증질환은 심의 및 초과사유서 제출에 따라 전액 지원하되 1천만원 초과 중증질환은 진료비의 80%를 지원한다. 때문에 일부로 수술과 입원을 시행하고 정부지원금을 받는 폐단이 발생한다. 이에 ‘입원 및 수술’의 경우를 포함하여 일반 진료의 경우도 인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외국인근로자센터 측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