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승인 `문턱’ 너무 높다
관리자
2008-10-28 10: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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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의 심사·판정을 독립적인 기관에 맡기면 공정성과 전문성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까?”
지난 7월1일 개정된 산재법이 시행된 이후 제기된 우려다. 하지만 개정된 산재법 시행 4개월 째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직업병 인정과 관련한 노동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직업병 판정을 공단 산하 `업무상 질병 판정 위원회’에 위임했지만 여전히 직업병의 산재 불승인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최근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를 설립한 후 정신질환으로 산재요양을 신청했던 류현석 지회장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불승인 판정을 받으면서 이 같은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공단과 포스코 간 유착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선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22일 산재 불승인과 관련 노동청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등과 면담을 갖고 29일에는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진다는 계획이다.
▶직업병 `21건 중 6건 승인’
민주노총 광주본부와 근로복지공단 광주본부에 따르면 지난 7월1일부터 9월23일까지 접수된 21건의 직업병 산재 신청 건 수 중 진행 중인 5건을 제외하고 6건이 직업병으로 인정받았다. 민주노총은 “승인된 6건도 부분 승인이 포함된 것으로 여전히 불승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산재법이 개악되고 나서 산재 불승인뿐 아니라 강제종결, 재양 불승인이 늘어나고 있으며, 산재 인정 절차가 까다로워져 산재 신청을 꺼리게 되고 불승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뇌염이나 피부질환 등 직업병이 아닌 개인적인 질병을 가지고 산재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며 “불승인율이 높다는 주장은 현재로선 `주관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지회장 산재 불승인
민주노총에 따르면 류현석 포스코 지회장은 올해 3월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를 결성해 본격적인 민주노조 활동을 벌이는 와중에 사측의 미행 감시, 과제수행 강요, 일방적인 인사발령, 집단 따돌림, 안전 위반 명목으로 수 차례의 시정권고서와 징계를 당했다. 이 때문에 류 지회장은 견딜 수 없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충격을 받았다는 것.
그는 지난 5월8일 신경정신과 치료에 이어, 6월27일부터 7월24일까지 한 달간 조선대학교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퇴원 후 2년 동안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와 관련 지난 8월12일 근로복지공단 여수지사에 주요 우울 장애와 정신장애에 대한 산채 신청을 했으나 “우울증과 적응장애는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공정성 의심 잠재울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판정위)의 판정 결과를 번복하지 못한다. 의사2명을 포함해 변호사·노무사 등 각계 전문가 7명이 협의해 다수결로 직업병 여부를 결정한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직업병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자문의사협의회의 자문을 구해 조사한 후 이를 판정위가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노동보건연대 관계자는 “판정위원회가 기존 자문의협의회와 어떤 차별성을 가질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직업병의 경우 논란이 되는 상황이 많이 있고 이런 경우 의사가 아니라 역학적인 마인드가 있는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구성으로는 어려워보인다”고 밝혔다.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직업병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진재영 노무사는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직업과 연관성을 다수결로 묻는 방식이 과연 합당한지 의심스럽다”며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 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현재 위원회 구성은 대한병원협회·대한의사협회·대한변호사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노총·중소기업중앙회와 근로복지공단 광주본부장이 추천으로 이뤄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