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하지정맥류 질환이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직업병으로 인정됐다. 간호사 등 특정 직군을 제외하면 하지정맥류가 직업병으로 인정되는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드문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제기된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와 맞물려 비슷한 산재 신청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9일 민주노총 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지역의 모 제조업체에서 일을 하는 ㄱ씨와 ㅊ씨 등 두 명의 노동자가 각각 좌측하지정맥류, 양측 하지정맥류를 이유로 신청한 산재요양이 승인됐다. 이들은 작업 공정의 특성 상 대부분의 시간을 서 있는 채로 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문길주 산안부장은 “서비스업체 뿐 아니라 제조업의 경우도 서서 일을 해야 하는 작업 공정이 많아 하지정맥류나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며 “전반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 서비스 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뿐 아니라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게다가 구조조정 등으로 노동강도가 강화되는 추세와 맞물려서 하지정맥류와 같은 혈관질환과 근골격계 질환의 실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심각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이를 계기로 서비스 업종을 비롯해 제조업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가 광범위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보건연대 송한수 씨는 “이번 경우는 대기업의 정규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산재 신청에 접근하기가 더 나았을 것이지만 비정규노동자들의 경우 ‘하지정맥류’가 산재에 해당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알더라도 고용 불안 등으로 산재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에서의 실태는 생각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피부의 정맥이 확장되고 비틀리면서 늘어나는 질환으로 지난 2003년 풀무원 창원, 원주공장에서 처음 직업병으로 인정된 후 2004년 전북대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의 직업병 인정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