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과 높은 노동강도…스트레스 질환 많아
관리자
2008-11-22 22: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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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높은 업무강도에 시달리면서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많이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가 우리·신한·기업은행 등 3개 은행 노동자 2천3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하루 13시간가량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12~14시간 일한다는 응답이 1천10명(51%)으로 가장 많았고, 14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도 367명(19%)나 됐다. 8시간 미만으로 일한다는 응답은 한 명도 없었고 8~10시간 일한다는 사람은 8명에 불과했다. 산업환경연구소는 13일 금융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한 전문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일 많아 연장노동은 당연
응답자의 54%는 업무시간이 늘어날 정도로 일이 많다고 답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의 종류가 많고(51%) 부서에 인력이 적기(62%) 때문이다. 업무속도가 빠르다(51%)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시간당 해야 할 일의 양이 너무 많다(53%)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대다수인 83%가 하루 근무 중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들은 하루 평균 44분의 점심시간, 36분의 휴식시간, 32분의 저녁시간(연장근로에 따른)을 사용하고 있었다.
설문을 진행한 박인아 충남대 박사(산업의학과)는 "설문조사 결과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면접 등 질적 조사에서 은행노동자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고통은 장시간 노동이었다"고 말했다. 정현경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부장도 "은행노동자들이 만연한 연장노동에 시달리면서 퇴근하면 잠자고 일어나면 다시 출근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강도 강화, 노동자 건강 악화
연장노동이 만연하고 노동강도가 강해지면서 은행노동자들이 업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건강도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요인 측정 결과 은행노동자가 느끼고 있는 기업측의 직무요구도는 100점 만점으로 환산할 때 남성이 65.1, 여성이 62.8로 기준선(전국평균 50)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직무 자율성도 남성·여성 각각 53.1·52.7로 기준선을 넘어섰다.
세부 항목별로는 남성 60%와 여성 56%가 항상 시간에 쫓기면 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61%와 54%는 최근 업무량이 현저히 증가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85~90%가량이 업무 수행 중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동료가 본인의 업무에 도움을 준다는 응답은 89%, 힘들 때 이해해 주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81%로, 동료나 상사와의 갈등은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인사제도에 대해서는 59% 정도가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업무지원(54%)이나 업무협조(74%)도 비교적 잘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트레스 관련 질환 많아
은행노동자들의 일반건강에 대한 증상과 진단내용을 살펴본 결과, 33%가 위염진단을 받았고 11%가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위십이지장궤양이나 고혈압이 각각 7%, 원형탈모·불면증·우울증을 진단받은 사람이 각각 2%씩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관련 질환이 다수를 차지했다.
증상으로는 눈의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75%(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변비설사(37%)·속쓰림(35%)·수면장애(28%)·가슴통증(23%)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여성노동자의 경우 유산율이 8%나 되고 불임률도 2%였다. 불규칙한 월경을 겪고 있는 여성노동자는 10.3%에 이르는 등 17%가 산부인과적 병을 앓고 있었다. 김혜숙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일반 창구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은 고객을 대면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은행들이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대고객서비스를 강조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유산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