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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철거 공사장 주변 발암물질 '석면'에 무방비 노출

관리자 2008-12-03 17:43:21 조회수 3,883
건물을 철거할 때나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서 공기 중에 노출된 발암물질 석면(石綿)이 공사장 밖으로 흩어지면서 공사장 주변 주민과 행인들에게 피해를 줘온 사실이 정부조사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전국적으로 한해 수만 건씩 이뤄지는 공사현장 내부뿐 아니라 "공사장 바깥 공기도 석면에 오염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공연한 우려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환경청(EPA) 등이 규정한 '1급 발암물질'로, 전문가들은 "석면에 극소량 노출돼도 암의 일종인 '악성 중피종(中皮腫)' 같은 불치병에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사장 주변 공기의 20%는 환경기준 초과

환경부는 30일 "올 4월부터 석면 철거 공사장을 비롯해 전국 179개 시설을 대상으로 '일반 대기 중 석면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36개 시설(20%)의 주변 공기에서 석면이 환경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미국 전문기관에 시료를 보내 정밀분석 작업을 다시 실시하는 중이다.
이번 조사는 공사장 인근 주민이나 행인들이 얼마나 석면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 뉴타운 공사현장을 비롯한 전국 155개 공사장과 ▲지하철 승강장(1곳) ▲건설폐기물 처리장(10곳) ▲폐석면 매립장(3곳) ▲서울시 도로변(10곳) 공기의 석면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석면 철거 공사장의 경우 29곳(18.7%), 건설폐기물 처리장은 5곳(50%), 폐석면 매립장은 2곳(66.7%)에서 환경기준인 '공기 1㏄당 0.01개' 이상의 석면이 검출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부 공사장 주변 공기에선 환경기준의 3~10배까지 초과했다"고 말했다.

이 조사를 수행한 서울대 백남원 명예교수는 "석면은 머리카락의 수백~수천 분의 1정도 굵기로, 공사장을 비롯한 석면 오염원으로부터 반경 2㎞까지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지금까지 공사장 인근 주민과 행인 등이 석면 피해에 그대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라고 말했다.

나머지 석면 철거 공사장의 80%가량인 126곳과 지하철 승강장, 서울시 도로변 등 시설에선 환경기준치에 육박하는(최대 0.009개) 석면이 검출됐지만, 기준치를 넘지는 않았다.

가톨릭대 김형렬 교수는 이에 대해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할 것이 아니라 석면이 일반 대기 중에서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중피종 같은 석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면은 내화성(耐火性)과 내구성, 유연성 등이 뛰어나 지금까지 건축자재(82%)와 섬유제품(5%),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 등 광범위한 용도로 쓰여왔다. 특히 아파트와 일반 주택, 학교건물, 다중이용시설 등 지금까지 지어진 건물 대부분이 석면이 든 건축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사장 관리감독도 엉망

정부는 2004년부터 ▲석면 철거작업은 사전 허가를 받고 ▲작업장 주변에 석면 경고판과 비닐막, 흡입기 설치 등 규제를 시행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규제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올 들어 10월까지 정부에 석면 철거 허가를 받은 사업장은 8786건이지만, 시행 첫해인 2004년엔 8건, 2005년 115건, 2006년 749건, 2007년 1933건에 그쳤다.

정부 관계자는 "갈수록 허가건수가 늘긴 했지만, 이는 그동안 불법 철거작업이 이뤄진 공사장이 그만큼 많았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했다.

특히 올 들어 10월까지 철거 허가를 받은 공사장(8786건)의 경우도 절반 이상이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320곳의 허가 사업장을 상대로 현장 점검한 결과, 196곳(61%)에서 공사장 내 석면 흡입기를 설치하지 않는 등 관련 규정을 어긴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석면 피해 또한 확연히 증가하고 있다. 석면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악성 중피종의 경우 사망자가 2000년 21명에서 2004년 38명, 2007년엔 58명으로 늘었고, 신규 발생 환자수도 2000년 55명에서 2005년엔 75명으로 늘었다. 중피종은 한번 발병하면 치료약이 전혀 없어 발병 1년 이내에 대부분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석면 피해가 이제 시작 단계라는 점이다. 가톨릭대 김형렬 교수는 "우리보다 석면 피해대책을 빨리 세운 선진국의 경우에 비춰보면 국내 악성 중피종 환자수는 앞으로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연간 2500여명이 중피종으로 사망하고 있고, 일본은 2004년부터 피해가 급증해 최근엔 연간 1000명가량 중피종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르면 수년 안에, 늦어도 2020~2030년쯤이면 중피종 환자가 크게 늘어나 연간 수백명씩 숨지는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석면·악성 중피종

석면은 섬유 모양의 광물(鑛物)로 내화재·단열재·흡음재 등으로 쓰인다. 내년 1월부터는 석면제조 및 사용이 금지된다.

악성 중피종은 체내로 들어온 석면 가루가 복막이나 흉막에 붙어 발생하는 암이다. 잠복기는 10~35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