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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 마련 술자리는 ‘인정’―강제성 없는 회사 행사 ‘불인정’

관리자 2008-12-03 17:44:56 조회수 3,740
최근 업무상 재해 인정 판결 분석

회사 회식이나 행사에서 또는 출퇴근 도중에 다치거나 숨지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 이 경우 근로복지공단 등의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에 딱 들어맞지 않으면 행정소송까지 가야 한다.

소송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으려면 재해와 업무의 연관성이 입증돼야 한다. 업무 연관성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었느냐, 업무 수행에 필요한 과정과 경로를 벗어나지 않았느냐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된다. 최근에는 업무가 직접 원인은 아니라도 재해 발생에 일부 기여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폭넓게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추세다.

◇술 때문에 참변=A씨는 회사 대표가 마련한 술자리에 참석했다가 3차 자리였던 회사 대표의 집에서 심부전증으로 숨졌다. 통상 회식 후 2·3차 술자리에서 발생한 사고는 사업주의 관리에서 벗어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법원은 "3차 회식 장소가 회사 대표의 자택이었고, 참여에 강제성이 있었다"며 업무상 재해로 판단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사망 원인이 평소 앓던 심질환과 간질환의 합병증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과음과 사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무상 술자리에서 구토하다 숨진 공무원, 사업장 안에서 근무 도중 낮술을 마시다 숨진 기술자도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었던 것으로 인정돼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업무상 술자리가 끝난 뒤 가진 개인적 술자리에서 숨졌다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다. B씨는 회사 행사를 마친 이후 직장 동료와 2차 술자리를 가진 뒤 귀가하다 열차에 치여 숨졌다. 법원은 "순리적인 공식 경로를 일탈한 것"이라며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강제성 있는 회사 행사에서 사고=사업주가 참여토록 지시했거나 참여시 근무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행사에서 발생한 사고도 산재로 인정된다. 회사 대표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조문객을 접대하다 쓰러져 숨진 C씨의 경우 법원은 "C씨가 개인적 동기 때문이 아니라 회사 총무팀장으로서 업무의 일환으로 장례식 관리를 하다 과로 및 스트레스로 지병이 악화돼 숨졌다"며 업무상 재해로 판결했다.

회사 동료 송별회에서 잠시 빠져나와 선착장을 따라 걷다 실족사한 경우도 사고 지점이 송별회 장소에서 다소 벗어났지만 사업주의 관리 아래 있던 송별회 도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 사법연수원 체육대회에 참석했다 무릎을 다친 사건에서도 '체육대회는 공식 행사'라는 점이 인정돼 업무상 재해 판결이 나왔다.

반면 회사 행사라도 참석에 강제성이 없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 동료의 퇴직기념 단합대회에 참석한 D씨는 낚시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는데 법원은 D씨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을 들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출퇴근길 사고=출퇴근 사고는 공무원이냐 아니냐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져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이다.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원의 출퇴근 중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반면 일반 근로자는 사업주가 교통수단을 제공하고 근로자의 출퇴근 방법과 경로를 선택할 권한이 있는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대법원의 최근 판례에서는 일반 직장인이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다 숨진 경우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없는 심야시간대에 출퇴근해야 하는 경우에는 자가용을 운전하다 사고가 났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법원은 야간 경매사인 E씨가 낸 소송에서 "심야 근무라는 특수성 때문에 자가용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업무상 재해로 판단했다.

◇이런 경우에도=간호사가 야근 중 살해당한 경우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 대법원은 "제3자로부터 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일을 하다 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면서 "이번 사고는 경비 업무도 포함돼 있는 간호사의 야근에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직장에서 용변을 보다 숨진 F씨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사망 원인인 '발살바 효과'(숨을 참고 갑자기 힘을 줄 때 뇌에 일시적으로 산소 공급이 중단돼 의식을 잃는 증상)와 업무 스트레스의 연관성이 인정돼 유족들이 보상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