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용제 vs 고무흄… 타이어공장 사망원인 '오락가락'
관리자
2008-12-09 09: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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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공장'이라 불리는 타이어 공장 노동자의 사망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망 원인은 규명되지 않고 있어 유가족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지난 10월에도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해 이같은 문제가 더욱 불거졌다. '의문사'로 규정됐거나 근골격계 질환으로 구분돼 산재처리가 인정된 사망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에 대해 노동자들과 시민 단체는 원인 분석 등 조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우선 노동자들이 거론하는 사망의 원인은 '유기용제'다. 휘발성이 강한 특징을 가진 유기용제는 타이어 고무 접착시 주로 사용되는데 공기 중에 유해가스의 형태로 존재하기도 하고 독성이 강해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흡수될 경우 신경·호흡기·소화기 등에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문제는 노동자 사망 원인 역학조사시 유기용제 조사가 누락됐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까진 유기용제 솔벤트가 함유돼 사용된 것이 확인됐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국회 예결위에서 노동부를 상대로 '한국타이어 집단사망의 사인규명 실패'에 관한 대정부 질의가 진행됐다. 노동부가 진행한 2월20일 역학조사 결과는 사망원인으로 '고열과 과로'를 발표해 직접적 사인규명에 실패했다는 질의였다.
김창수 의원(자유선진당)은 "유기용제가 노동자 사망의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며 "감사원 감사결과 안전보건점검 등 근로자 집단사망사건에 대한 타이어 회사측의 기본자료도 제대로 안됐고 건강진단도 태만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국내 의학계에서도 타이어제조산업이 발암산업이라는 것이 정설이다"며 "타이어 공장은 유독 산재문재가 많고 의문사가 속출하는만큼 정부차원의 집중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동부 이영희 장관은 "사망 노동자들의 질병 원인에 대해 조사를 했지만 판단이 기술적이나 의학상으로 쉽지 않다"며 "한국타이어 외에도 금호나 넥센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어서 빠른 결과발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타이어 회사 측에서는 66종의 화학물질 중 '고무흄'이 문제가 됐다고 조사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고무흄의 노출 기준이 존재하지 않고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규명되지 않은 물질이라는 것이다.
또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의문사 대책위원회는 "93명의 사망자 중에 암환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산재관계자들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제암연구센터에서도 타이어산업은 '그 자체가 발암산업'이라 언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한국타이어 역학조사에서는 암과 관련된 역학조사가 실시되지 않고 고무흄과 고열에 대한 역학조사만 이뤄져 논란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한편 한 산업의학과 교수는 "노동자의 죽음 중 의문사가 많고 드문 질환을 가진 사망자가 많았다"며 "솔벤트나 유기용제는 신경계통을 많이 유발하지만 아직까지 고무흄이나 유기용제 중 어느 것이 사망 원인이라고 딱 잘라 말하긴 힘든 상황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