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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일하는 노동자, 하지정맥류 발생 8배 높아

관리자 2009-01-12 09:54:02 조회수 4,270
백화점의 여직원들은 항상 서서 웃는 모습으로 고객들을 맞이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백화점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서 웃는 모습으로 고객을 맞이하는 것이 곧 친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객들이 생각하는 친절의 이면에는 백화점에서 하루 최대 10시간 동안 서서 일하는 백화점 여직원들에게는 말 못할 고통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비단 백화점 여직원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형할인점의 판매원과 계산원들도 말 못할 질병들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해 8월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대형 할인점 등 440개소에서만 무려 38만40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중 판매·계산직 등 주로 서서 일하는 노동자는 20만4000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반영하듯 지난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인권상황실태조사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유통업 여성비정규직 차별 및 노동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육통 등의 근육질환은 74%에 육박하고, 무릎 및 관절질환은 65.9%, 우울증 등 정신스트레스는 65%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한편 지난해 녹색병원 산업의학과 윤간우 전문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8시간 서 있는 여성노동자와 사무직 여성 노동자 25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서 있는 여성노동자에게서 하지정맥류의 발생률이 일반 사무직 여성 노동자에 비해 8배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하지정맥류, 서서 일하는 노동자의 어쩔 수 없는 업보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서는 다리에 푸른 힘줄이 돋아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피부에 푸르게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힘줄이 아니고 정맥인데, 다리의 표재정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거나 두드러진 현상을 하지정맥류라고 합니다.



상당수의 환자들은 별 통증이나 불편함이 없으므로 그냥 방치해 두고 지내다가 아주 심해지면 병원을 찾아오게 되는데, 일부 환자들은 치료방법이 없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리 아랫부분의 정맥순환은 심부정맥과 표재정맥으로 이원화되어 있는데, 그 대부분을 심부정맥이 담당하고 표재동맥은 보조적 역할을 합니다. 경희의대 일반외과 박호철 교수는 "심장에서 나와 동맥을 통해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가는 혈류의 순환중 정맥계에 이상이 생겼을 때 다리가 심하게 붇거나 표재동맥이 늘어나서 정맥류가 생기는 것이다"고 설명합니다.



증상으로는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아프고, 발목이 붓고, 다리가 무겁고 피로한 경우가 많고, 밤에 쥐가 잘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신경통이나 관절염 같은 증세를 호소하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나지만, 병원을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미용상의 문제로 찾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박호철 교수는 "장기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정맥류 내에서 피가 엉켜 혈전을 형성하고 모세혈관 벽 밖으로 빠져 나온 적혈구의 성분에 의해 피부가 검게 변색되곤 하며, 주변부의 피부염, 또 심한 경우에는 피부가 상해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면서 "초기에는 적당한 운동과 휴식, 그리고 압박스타킹 착용 등의 보존적 치료 등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다리에 푸르게 돋아난 정맥류가 있을 때에는 빠른 시간 내에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무릎과 척추, 오래 서 있으면 왜 아플까?



하지정맥류가 오래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서 보이는 특징적 질환이라면, 무릎이나 척추 질환은 서서 움직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일 것입니다.



왜 서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무릎과 척추질환이 많이 생기는 것일까요?



우리 몸의 기둥인 척추는 지면과 수직인 상태로 중력의 영향을 받으며 체중의 약 60%를 홀로 지탱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 있는 상태에서의 1㎏의 체중은 무릎에 3㎏의 부하를 주기 때문에 수 시간 동안 계속해서 서 있게 되면 허리근육과 다리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런 연유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척추·관절 관련 통증을 많이 앓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허리를 지탱해주는 척추는 척추 뿐 만 아니라 척추 주위의 인대와 근육이 척추를 단단히 잡아 우리 몸을 지탱하게 됩니다. 그러나 척추 주위의 인대와 근육이 약해지면 몸의 충격이 척추 뼈나 디스크로 직접 전달이 됩니다. 그러므로 디스크에 직접적으로 많은 부담이 가해져 허리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다 보면 디스크의 변성이 오게 되고 심한 경우 소위 디스크라고 불리는 '디스크탈출증'이 오게 됩니다.



한편 오래 서있는 경우에는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의 작용 시간이 많아지다 보면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 연골의 마찰이 많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퇴행성 관절염이 촉진되기 때문에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들은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이수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퇴행성 관절염에 대해 "대부분 만성화로 진행하며 비만인 체형일수록 무릎이나 엉덩이관절에 부담이 더 가 퇴행성관절염이 더 일찍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일단 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휴식과 약물투여 및 물리요법 등으로 치료를 시작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외과적 수술도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관절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 미리 예방을 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지난해 7월 노조·시민단체 등이 모여 '서서 일하는 서비스 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국민캠페인단의 발족과 8월 노동부의 '서서 일하는 근로자 건강보호대책 발표' 등 여러 후속 조치가 나오면서 전국의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오래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의자가 배치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편히 앉아 일하는 직원들의 변화는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설령 의자가 놓였다 해도 회사측의 보이지 않는 압력과 백화점과 할인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인식이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에서 서서 일하는 여직원들이 앉아서 일하는 모습이 익숙해지기 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오늘도 이들의 몸은 특징적으로 발생하는 '직업병'에 의해 병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