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노동자 산재보험 가입 '유명무실'
관리자
2009-02-23 10: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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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산재보상보험법 시행으로 시작된 특수고용직노동자들의 산재보험 가입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재보험에 가입한 특고노동자 가운데 무려 84%가 4개월도 안 돼 탈퇴했고, 사업장 5곳 중 3곳에서는 모든 노동자가 산재보험 탈퇴했다.
특히 산재보험을 탈퇴한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스스로 탈퇴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적 부담이 크게 작용하긴 했지만, 회사의 강요로 인한 탈퇴가 적지 않았다. 보험료의 반을 특고노동자가 부담하고, 게다가 탈퇴가 가능토록 설계된 산재보험법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4개월 만에 가입자 대폭 줄어=18일 노동부가 공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보험적용에 따른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6일 현재 산재보험에 신규 가입한 특고노동자 40만8천170명 가운데 34만2천92명이 적용제외를 신청했다. 시행 4개월도 안 돼 83.4%가 탈퇴신청을 한 셈이다.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경우에는 95.9%가 탈퇴했고 학습지교사는 90.5%, 보험설계사는 82.3%, 레미콘운전자는 62.6%가 보험가입을 철회했다.
가입했던 노동자 전원이 탈퇴한 사업장도 2천647곳으로 전체의 64.2%에 달했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전원이 탈퇴한 비율이 높았다. 5인 미만 사업장 899곳 가운데 78.3%가 전원 입직제외 사업장으로 집계됐지만 300인 이상 사업장은 72곳 중 3곳만 전원 탈퇴했다. 보험설계사를 고용한 사업장의 68.1%는 노동자 전원이 탈퇴했다. 학습지교사 고용 사업장(67.8%)과 경기보조원 고용 사업장(64.6%)도 평균을 상회했다. 레미콘운전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은 47.6%가 전원 적용제외 사업장으로 나타났다.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탈퇴=특히 본인의 신청으로 적용제외된 노동자 가운데 70.3%는 자신이 산재보험 가입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적용제외된 노동자 80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다. 보험설계사의 85.8%가 신청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레미콘 운전자는 73.5%, 학습지교사는 69.1%, 경기보조원은 52.5%가 탈퇴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조덕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적용제외 신청서 작성 과정에서 회사가 임의로 작성했거나 회사가 산재보험 탈퇴를 강요하는 분위기 속에서 당사자가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작성한 경우로 생각된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심층면접 과정에서는 “회사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산재보험 가입으로 회사에 부담을 주나’라고 했다”, “탈퇴를 강요당했다”, “조합원이라 듣지는 않았는데 비조합원에게 가입하지 마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근본적으로 바꿔야=연구진은 산재보험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50%에 달하는 보험료 본인부담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특고노동자들이 산재보험제도 개선점 1순위 항목으로 ‘회사가 보험료 전액 100% 부담’(64.2%)을, 다음으로 ‘적용제외 신청 없이 모두 당연가입’(12.6%)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구진은 “산재보험 당연가입과 더불어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부 마찰이 적은 것은 수용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건드릴 수 없다"며 “상반기 중에 개선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