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 행정도 ....
관리자
2009-03-23 17: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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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 규제를 완화해 산업재해가 늘어났던 외환위기 시절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부는 지난 9일 노동분야 규제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산업안전보건 분야 규제 완화 계획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사업주의 안전보건관리책임 줄어드나
규제개혁 계획대로라면 노동부는 오는 8월까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선임 신고 의무를 폐지할 방침이다. 산업안전보건법(13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선임해야 한다.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산업재해예방계획 수립은 물론 안전보건관리규정 작성, 노동자 안전·보건 교육, 작업환경 측정, 노동자 건강관리, 산업재해 통계 기록·유지, 안전 보호구 구입시 적격품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총공사금액이 20억원 이상인 공사를 시행하는 건설현장 등은 반드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둬야 한다.
현행 산안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업주가 관리책임자를 선임했을 때 선임한 날로부터 2주 안에 노동부 장관에게 증명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노동부는 신고 의무 폐지 배경에 대해 “수시로 변경되는 안전보건관계자 선임 보고로 행정부담이 크다”며 “신고 의무를 폐지하면 기업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을 책임지라는 선언적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책임자를 신고하는 것만으로도 안전보건에 대한 높은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 의무 규정을 폐지하면 그만큼 사업주의 안전보건에 대한 의지와 의식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노동부가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상실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시행규칙, 시행하기도 전에 개정?
지난달 새로 마련돼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산안법 시행규칙은 시행되기도 전에 개정될 상황에 놓였다. 노동부는 지난 1월 노동자들의 석면 노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며 건축물이나 설비를 철거·해체하는 경우 전문 조사기관의 석면 함유여부를 사전에 조사를 받도록 산안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석면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 노동부에 등록한 전문 석면해체·제거업자를 통해 석면을 제거해야 한다. 개정안은 2월초에 공포돼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노동부는 당초 석면 해체·제거작업을 신청할 때 허가를 받는 것으로 시행규칙을 마련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처리기간 지연으로 업체의 불만이 야기될 수 있다며 허가제를 신고제로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 국장은 “신고제와 허가제의 차이는 크다”며 “신고제로 바꾸면 노동부가 업체에 전적으로 믿고 맡기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근로감독관 수가 한정돼 있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고제로 변경되면 석면 철거가 제대로 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조 국장은 “노동부 인력 부족이 원인이라면 다른 대안을 찾아서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재 다발 사업장에 면죄부?
매년 노동부가 발표하고 있는 산재다발 사업장을 축소하겠다는 방침도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노동부는 규제개혁 추진계획에서 “공표 대상 사업장 수가 많고 사업장별 유해·위험정도와 규모가 고려되지 않아 사업장의 반발이 크고 공표 효과도 절감된다”며 “공표 대상 사업장수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재해율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공표 대상 사업장수를 줄이는 것은 결국 사업주들의 안전보건의식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 높다. 조기홍 국장은 “결국 산재 사업장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동부는 이밖에 △안전보건관리규정 통합 작성대상에 교통분야를 추가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업무특성별, 작업숙련도 등에 따라 조정 △작업환경측정·특수검진결과를 위탁기관이 직접 보고 △안전보건관리대행기관 대행요원의 대행한계 폐지 △건설기계종사자를 중소사업주에 추가해 산재보험 임의적용 △진폐재해자 보상체계 개편 등의 규제 개혁 또는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작업환경측정·특수검진결과를 위탁기관이 지방 관서에 직접 보고하도록 하겠다는 노동부 방침에 대해 노동계 관계자는 “위탁기관이 보고하는 것은 사업주가 보고해야 하는 것을 대체한다는 것”이라며 “의무 자체를 위탁기관에 넘긴다면 산안법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무TF 만들어 놓고 의견 반영은 안 해
노동부가 규제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기에 앞서 노동계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산업안전보건분야에서 규제개혁 대상에 오른 규정들은 대부분 재계에서 요구하는 방식으로 개정될 예정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규제개혁실무TF팀까지 구성했지만 이번 발표에 앞서 노동계의 의견은 전혀 수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TF팀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노총 관계자는 “TF팀 자체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규제개혁 추진계획 발표를 앞두고도 의견을 내라는 얘기를 못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규제개혁 추진과제라고 발표했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혼선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규제개혁 추진계획 자체는 지난해 연말에 확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 입장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근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