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산재 인정 ‘하늘의 별 따기’
관리자
2009-04-02 11: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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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중 17명…유럽 주요국의 20분의1도 안돼
직업성 암 적용범위 확대·의사들 인식전환 시급
2007년 발생한 국내 암 환자 가운데 발병 원인의 직무 관련성을 인정받아 산재보험 적용을 받은 사람은 24명으로, 보건복지가족부에 등록된 가장 최근 연도인 2005년 암 발생자 14만2610명의 약 0.017%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영국·프랑스·독일 등에서 직업성 발암을 인정하는 평균 비율인 0.4%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직업성 암 인정 범위의 확대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공식 발표할 예정인 ‘2007년 산업재해 원인 조사 보고서’를 보면, 2007년 발생해 지난해 3월 말까지 산재요양 승인이 이뤄진 업무상 질병자 가운데 암으로 요양 승인된 사람은 유해인자 노출 질환자 가운데 7명, 기타 작업 관련성 질환자 가운데 1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나온 보고서를 보면, 2006년엔 26명이 같은 종류의 질병으로 산재요양 승인을 받았다.
이런 직업성 암 인정 규모를 두고 직업병 전문가들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며, 한국의 직업성 암이 깊숙이 숨겨져 있음을 보여 준다”고 지적한다. 연간 직업성 암 보고 건수가 800~1800여건에 이르는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이들 나라보다 노동시간이 길어 직무 수행 동안 발암물질 노출 가능성이 더 높은 한국에서 직업성 암이 한 해 20여건만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안연순 동국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 인정 건수가 적은 것은 환자들과 의사들이 발암물질을 잘 몰라서 암 발병을 직업성 발암물질 노출과 연결지을 생각을 못하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직업성 암이 제대로 드러나려면 우선 의사들이 치료뿐 아니라 발병 원인에도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의 직업성 암 인정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007년 6월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 등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등에서 일한 뒤 혈액암(골수성 백혈병)으로 숨지거나 투병 중인 노동자 5명의 산재 판정이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 보기라는 것이다. 곽현석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직업적 노출이 문제되는 발암물질은 180가지가 넘는데도, 노동부가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정한 발암인자는 방사선 피폭, 크롬, 벤젠, 석면, 염화비닐, 실리카, 검댕과 타르 등 7가지뿐”이라며 “발암물질 목록을 확대하고, 노동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발암물질 정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