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드러내고 예방·치료 힘써야
관리자
2007-04-21 08: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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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특수검진기관 대수술 시급
검진기관 독점 구조 개선 필요 … 영세사업장·비정규직 지원책 절실
수은과 벤젠, 톨루엔 등 유독성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60여만명의 노동자가 엉터리 특수건강검진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다.
지난해 말 노동부가 특수건강검진을 시행하는 전국 120개 기관을 일제히 감사한 결과 1곳을 제외한 모든 곳이 허위건강진단과 무자격자 사용 등 심각성을 드러냈다.
노동계는 검진기관과 사업주가 유착해 노동자 건강을 멍들게 하고 있는 데도 감독기관인 노동부가 방관만 해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해위험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에 대한 특수건강검진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봤다.
현행 특수건강진단(특수검진)의 문제는 노동자의 직업병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해위험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인체에 축적되는 직업성 질환의 특성상 의심이 가는 대상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업병유소견자에 대한 진단결과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노동자 건강진단의 책임을 지고 있는 사업주와 특수검진기관의 유착관계를 끊고, 감독당국인 노동부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부, 실상 철저히 공개해야 =지난 2월 노동부가 20여년만에 처음으로 특수검진기관에 대한 감사결과를 공개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120개 검진기관의 대부분에서 △무자격자에 의한 검진 △직업병에 대한 축소·은폐 시도가 드러났다.
특히 직업병으로 의심되거나 진행중인 노동자가 정상으로 판정되는 사례가 많았다. 임상혁 원진재단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노동부 감사결과에 따르면 직업병유소견자가의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규모와 실상을 공개하고 이들에 대한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 국장은 “정상 판정을 받은 유소견자에 대한 추가적인 진단이 필요하다”며 “노동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노동자의 개인정보사항이어서 공개하기 어렵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노동자의 진단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대략적인 규모나 실태만 공개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노동단체 등의 주장이다.
◆검진기관 대수술 필요 = 노동부 감사결과 전국 120개 특수검진기관의 실태는 전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자격 의사가 검진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아예 없는 의사가 있는 것처럼 서류를 위조한 경우도 있었다. 직업병유소견자를 고의적으로 은폐하려는 흔적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임상혁 소장은 “병원들이 특수검진을 통해 종합검진을 유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용을 부담하는 사업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직업병을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관의 독점적 지위와 관행도 깨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주영수 한국산업의학회 산업보건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특수검진을 하고 있는 기관을 제외하고는 다른 병원에서 검진을 하기가 어렵다”며 “장비와 전문인력 및 노하우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의학을 전공한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전문성 있는 산업의학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 참여폭 확대해야 = 특수검진의 실질적 수요자는 유해물질을 다루는 노동자 개인이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검진기관 결정권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부도 대책마련 과정에서 이러한 노동계 주장은 일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동조합에 일방적으로 맡겨둘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분야 한 전문가는 “한 특수검진기관의 노동조합은 지정취소 과정에서 노동부에 집요하게 로비와 압력을 행사했다”며 “노동자 건강권을 지켜야 할 노조의 도덕성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처럼 사업장내에 외부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안전보건대표자’ 제도를 두고 노동자를 대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도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를 두고 있지만 활성화돼 있지 않다.
◆직업병 검진 사각지대 없애야 =
현재 특수검진을 받는 노동자는 대략 65만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5인미만의 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등은 실질적인 검진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2005년 노말헥산에 중독돼 ‘앉은뱅이병’에 걸린 태국출신 여성노동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제때에 직업병 유무에 대한 검진을 받지 못해 사태가 악화될 때까지 보호받지 못했다. 노동부도 이들 취약노동계층에 대한 지원책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공적 특수검진기관인 산재의료원의 역할을 강화하고, 국가의 공적기금 조성 필요성도 제시되고 있다.
문진헌 윤여운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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